Posted by hamlet :

0910 CASI

2009. 9. 19. 16:04 from snow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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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side 360 Snowboard Trick Tip, Regular riders from Boardworld on Vimeo.



머 이렇게 쉽냐 정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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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랬다. 나락 위에 선 한 남자, 앞으로는 넘실대는 한강 물결이 굽어 보이고, 뒤로는 무관심한 차들이 씽씽 달려 지나간다. 이윽고 버스 한 대가 지나간 뒤로 자취없이 사라진 한 남자 김씨. 사람답게 살기가 참 힘들어서 '삶'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지만 다시 깨어난 곳은 철새 보호 구역으로 알려진 한강 밤섬.

그러고 보면 사는 게 참 힘들 듯이 죽는 것도 생각만큼 쉽진 않다. 눈 한 번 딱 감으면 끝이겠거니 생각이 들지만 실상은 주변 정리도 해야 하고, 죽는 방법도 찾아봐야 하고, 유서도 써야 하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안 되면 그 길을 같이 할 사람들을 찾고... 김씨는 주변 정리는 잘 하고 가는 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그는 실제로는 죽은 것인 지도 모른다. 지저분한 모래 사장 위로 떠내려오긴 했지만 강 건너 에서는 김씨의 부재를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119 센터도 그렇고 고객을 너무나 '사랑'하는 SK 텔레콤 텔레마케터도 김씨의 구출 요청을 듣기 보다는 이벤트 홍보라는 자신의 임무에 한 없이 충실하다. 김씨는 나 여기 있고 아직 죽지 않았다고 강 건너를 향해 외쳐보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으니 '강 건너'에서의 김씨는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두 번째 자살 시도를 한다. 나뭇가지에 자신을 옭아 매고 있던 넥타이를 걸고 오목한 돌뿌리 위에 위태위태하게 서서 드디어 감행을 하려는 순간 정말 웃기지도 않게 죽음보다 앞서는 생리적 욕구의 신호가 온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정재영의 하얀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박장대소를 하지만 그게 결코 오래 가지 못하는 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면서 눈 앞에 보이는 사루비아를 따 먹는 장면, 죽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삶을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는 김씨를 바라보는 게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였을까? 죽으려다가 똥을 싸면서 꽃잎을 따먹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지지만, 바로 이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치열한 삶에서 죽은 김씨가 '밤섬'으로 비유되는 유토피아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

인간성의 상실은 일견 불행과 같은 말이다. 밤섬에서의 생활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함을 지키기조차 어렵다. 기본적인 의식주의 해결부터가 문제다. 곧 그것은 불행이자 절망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짜파게티 포장지에서 '희망'(소비자가격)을 찾는다. 오직 수타면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새똥을 뒤지고 밭을 일구게 된다. 원없이 골드카드도 긁어보고 전화기는 배터리가 나가서 더 이상 빚 독촉 전화도 오지 않는다. 자신의 무능함을 비난하던 애인 수정도 곁에 없다. 그는 행복하다. 김씨는 행복하다. 김씨는...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 왜냐면 심심해서...

의식주도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했고 짜파게티를 만들겠다는 '희망'도 생겼지만 그의 밤섬 생활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심심함에 또 심심해 했고 그것은 바로 '관계'의 결여에서 기인한다.

그런 면에서 한강 변 아파트에 사는 여자 김씨는 남자 김씨의 구원자이자 피구원자이다. 그녀는 나름대로의 '관계'를 맺는 방식을 추구한다. 싸이월드라는 가상의 공간에 가상의 자신을 꾸미고 가상의 쇼핑으로 잘 차려입은 그녀에게 수많은 일촌들은 찬사로써 화답을 하고 그녀는 외모로부터(이마에 상처 분장 하나 입힌다고 해서 정려원 얼굴이 어디 가겠냐마는 ㅡㅡ;) 기인한 피해의식을 거기서 보상 받는다. 하지만 실상은 마음 속에 자신만의 섬을 만들어 놓고 자기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전형적인 운둔형 외토리라는 현실에 괴로워 한다. 그녀도 역시 삶이 힘들다.

Female Kim이 첫 '발사'를 시도하는 순간 아파트 복도의 자동 조명이 연속적으로 켜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녀는 밤섬에 표류한 김씨의 구원자이지만 반대로 밤섬의 남자 김씨는 어두운 방에 표류하고 있는 그녀를 세상 밖으로 구원하게 된다. 그리고 부각되는 불꺼진 거대한 아파트의 부감 씬. 어쩌면 우리 삶은 의미 없는 싸이 미니 홈피의 댓글과 같을 지도 모른다. 각자 나름대로 자신만의 밤섬을 만들어 놓고 진심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이기 보다는 겉치장과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린다. 스크린을 꽉 채웠던 아파트의 수 많은 101호 703호 들은 잘난 놈 못난 놈 할 것 없이 결국은 모두 힘든 '삶'이라는 것을 살아내는 똑같은 인생들이라는 것을 비유한 것이리라.

'희망'이라는 것이 참 희안하다. 절망이라는 바닥을 친 후에 우리는 그것의 실체를 접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부정적인 예로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동반 자살 세태를 들 수 있고, 기획사의 횡포에 절망한 연예인의 자살, 아주 최근의 예로는 현 정권과 세상의 불신에 절망의 나락을 겪은 전 대통령이 있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는 항상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마치 짜파게티 뒷면의 '희망'소비자가격  처럼 인식하지는 못 하지만 거기 그렇게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가 홍상수 식 결말로 끝나길 바랬다. 난 홍상수의 영화를 참 좋아한다. 보는 내내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지만 그가 우리 시대의 군상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들여놓는 것이 사실이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속으로는 뜨끔하지만 그런 솔직함이 좋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라고 치부를 훤희 드러내 놓으므로써 결말의 행,불행과는 상관 없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래서 솔직히 두 김씨가 만나지 않기를 바랬고 뭔가 처절한 현실적인 결말을 기대했지만 기대는 어긋나게 마련인 것이고. 그렇다고 이해준의 결말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아니다. 민방위 훈련이라는 기재를 이용한 재기발랄한 신선한 결말,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친절한 설명이 아닌 "그래서 그들은 바닥에서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라는 나름대로의 현실적인 결말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두 김씨 역의 정재영과 정려원(두 정씨;)은 그 역을 대신할 만한 다른 배우들을 떠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김씨들에 녹아들었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여자 김씨 역에 임수정 정도? 연기도 연기지만 정재영의 로빈슨쿠루소 수염은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노숙자 포스를 풍겼고, 앙상한 뼈대의 정려원은 몇 년간 볕을 못 받아 파리해진 히키코모리에 누구보다도 잘 어울렸다. 맥스무비의 별점 평도 전작에 비해서 별로라는 평이 많았고, 주위의 누군가에게서도 강력 추천하기는 힘들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그냥 강추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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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채워야 할 역경의 그릇이 태어날 때 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나의 그릇은 얼마나 채워졌을까?"

뭔가 채운다는 의미가 포지티브하고 늘어나는 의미이니 태워야 할 촛불이라든가 옮겨야 할 '산'이라든가 없애버리는 의미의 것으로 비유하는 게 좋겠지만 사람마다 달리 주어진 깜냥에 비할 것은 역시 '그릇'이 좋은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은 아무리 남이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자기 일이 아닌 바에야 진심일 수가 없을 터, 웃으면서 지난 일들을 얘기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반추해보며, 그 굴레들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계속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비춰졌다. 누가 더 고생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예전에 그랬었는데 지금은 행복한가의 문제였는데, 과거에 불행해서 지금도 행복하지 않다는 어딘가 이가 빠져버린 것 같은 인과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언젠가 나의 개인적인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아니지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누구나 겪는 일은 아니지만 또한 나만 그런 불행을 떠안은 것은 아니기에... 어쩌면 어릴 때부터 '의심'해 왔던 어떤 보이지 않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나를 이리 저리 휘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감당할 수 있는 고난의 그릇 만큼 시시때때로 잊을 만하면 부어대는 소나기가 있을 수도 있다.

가볍게 보려 했던 자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편으로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도 같은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 느낌 싫지많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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